여는글 / 신년사
갑오년, 참터 10주년의 해를 맞이하며
벌써 2월이 코앞입니다. 새 마음 다잡으며 시작하신 한 해, 처음의 마음으로 잘 지내고 계신지요? 설혹, 아니라고 한들 어떤가요. 우리에겐 또 한 번 의미를 둘 수 있는 새해, 설날이 있는 걸요.
올해가 갑오년이라고 합니다. 물론 엄밀하게는 설날 지나고서부터의 올해 얘기이지요. 연초 많은 분들의 기대 속에는 간혹 갑오년 과거 역사의 에너지가 다시 이 시대에 되살아오길 희망하는 모습들도 보이더군요. 하지만 역사를 되새겨 보면, 갑오농민운동의 역사와 함께, 일본에 등 떠밀려 진행된 근대화의 개혁 갑오경장과 일본의 한반도 침략 야욕이 노골화되어 발발한 청일전쟁의 해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이 스스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을 때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는 비운의 역사를 증명하는 해이기도 한 셈이지요.
정치적으로 보면 올해는 지방자치제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해입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와 관련하여 논란도 있긴 합니다만, 어찌 되었든 지방자치와 지역정치기반을 강화해야 할 숙제를 이제 10년째를 맞이하는 우리 참터도 함께 짊어져야 할 여건에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10년입니다. 새해 첫 마음을 되짚어 보듯, 이제 참터도 첫 걸음을 내딛던 그 첫 마음을 다시 되짚어 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고 또 새로운 의미를 남긴 것은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과 집중해서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또 무엇일지,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를 돌아보고 이후의 10년을 다시금 준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도 매우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책의 허울을 쓴 경제·산업정책 창조경제론이 상위 프레임을 형성하고,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경제 기반의 확산 등 하위 흐름들이 긍정적·부정적 맥락들을 함께 내포하며 참터 활동 토대의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접촉면이 점차 확대되면서 지역과 한국사회 내에서 제기되는 참터에 대한 정치사회적 기대와 요구도 점차로 커지고 구체화 되는 것 같습니다. 참터의 독특한 색채와 대표성이 다양한 영역에 이제 스며들고 있는 덕분이며, 다양한 자리에 초청 받아 참터만의 의미 있는 목소리를 전달하고 이해를 확산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환경적 변화의 흐름을 타면서 웬만큼 잘 쫓아가고 있다는 자평을 내려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운동은 흐름만 타고 가는 서핑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시대적 흐름 속에 정부 지원금의 우산 아래, 우후죽순 돋아나는 다양한 설익은 도전들을 바라볼 때면 ‘저게 아닌데…. 저런 모습들이 이런 사회적 흐름의 기회마저 또 다시 망치고 말텐데….’하는 생각들도 품게 됩니다. 하지만 시민사회 역량의 부족과 영리를 추구하는 그룹들의 약진을 통해 빤히 부닥치게 될 문제에 대한 우려만 앞설 뿐, 다시 우리의 한계에 발이 묶이고 맙니다. 사회적 환경 속에서 우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고, 작게나마 차려놓고 역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언감생심, 흐름을 치고 나아가고 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운동으로서의 몫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어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역사의 주체들이 스스로 준비되지 못했을 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겪어야만 했던 불운의 역사가 참터의 또한 한국 시민사회의 모습 속에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기만 합니다.
참터 활동은 그간 많은 기복을 겪어 왔습니다. 참여를 조직의 기본적 원리로 설정하고 나아 왔음에도 회원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만들지 못해 왔고, 상근자·집행위·운영위의 구성과 여건에 따라 활동은 오르락내리락의 상황을 반복해 왔습니다. 최근의 활동들 속에서는 1인 활동체제가 굳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개인적으로는 심각하게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중의집 스터디 모임 등 현재 참터가 관여하고 있는 지역사회 내의 공간적인 재구성 전략과 활동들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모색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습니다.
10년의 시간. 어찌 보면 그간 항상 푸념만 늘어놓았던 것 같기도 하고, 정작 회원님들께 제공하는 건 없으면서도 회원님들에 대한 기대와 요구만 흩뿌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시 되짚어 보면, 별것 없던 시간 10년을 옆에서 지켜주신 회원님들께서 계셨던 것도 사실입니다. 올 여름 참터의 10주년을 맞이하며, 다시 한 번 너른 자리에서 회원님들을 뵙고 싶습니다. ‘함께 마음을 심고 거름을 묻었던 자리에서 자란 나무가 어렵게 이렇게 컸습니다.’ 얘기하며, 이제 회원 여러분들과 함께 열매를 거둘 방안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밤새워가며 얘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얘기들이 회원 여러분께도 힘이 되고, 참터에도 새로운 동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갑오년 설날, 회원 여러분들 모두 꿈틀대는 에너지를 품고 잘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건강과 함께 많은 결실을 얻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회원님들 속에서 참터의 희망이 자랍니다. 또한 바라옵건대, 주변에서 회원 한 분씩 더 추천해 주신다면 올해 참터의 역량을 더욱 튼튼히 다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2014년 1월 26일 설을 앞두고
운영위원장 김민수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