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의 하루였다. 아침 11시에 시작된 아무개 모임의 온라인 회의를 마치자마자 가방을 챙겨들고 서둘러 점심을 먹으러 갔다. 명호형과 예정보다 일찍 회의장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명호형이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를 구경하면서 과기노조 사무실로 갔고, 과학상점 자료집과 전날 스티커 작업을 한 팜플렛을 챙겼다. 빙 돌아가는 바람에 엑스포과학공원에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고 안내원에게 물어 엔조이플라자를 찾아갔다. 그런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심포지움이 시작되었다.
정식명칭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이해를 위한 심포지움 -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와 과학상점'이다. 과학상점의 목적 중에도 과학기술을 대중화하고 과학기술자들을 지역사회로 이끌어내는 것이 있다. 이것들은 사람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은 뒷전에 미뤄둔채 자본과 권력이 요구하고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과학기술연구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과학저술가 김동광씨는 비전문가인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들에 대해 과학기술 전문가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사례를 소개하고 과학기술 지식이 대중에게는 여러 가지 양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였다. 기억에 남는 것은 "대중이 과학기술 지식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었는데, 대중의 능력을 지식에 대한 이해능력 같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실생활에서 요구되는 소양을 얻거나 다양한 참여를 통해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 그것을 해내는 능력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번째로 대전과학상점준비모임의 간사인 명호형이 '과학상점'에 대해 발표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얘기들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것이라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정출연과 대학에서 어떻게 과학상점을 제도화할 수 있을까, 코디네이터의 지역화를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까라는 문제들을 던졌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것들이다. 이를 이어 시민과학센터 이영희 소장과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정현 사무처장의 지정토론을 들었다. 이영희 소장은 과학상점이 시작된 네덜란드도 시장의 논리에 적응하는 과정을 겪고 있으며, 정출연을 기반으로 한 과학상점 유형은 대학기반과 NGO형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정현 사무처장은 대덕의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한 일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고,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에게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역량이 필요하며 공부방, 생협 등을 만남으로써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심포지움이 끝났고 어느새 5시가 되었다. 발표자나 청중이나 어느 정도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던 얘기들이라 밋밋한 느낌도 있었지만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된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심포지움은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2003의 일부로 계획된 것이었는데 행사장 주변이 꽤 북적거렸다. 과학을 느끼러 온 많은 사람들도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와 과학상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그러나 심포지움의 애초 목적이 행사 제목과는 다른 전문가 중심의 그것이었고 진행도 매끄럽지 못하여 '이건 무슨 행사지?'하며 호기심을 보이던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실은 그 부분이 심포지움 내내 마음에 걸려 살짝 따가운 가시방석 위에 앉아있는 듯했다. 행사가 끝나고나서야 다음번에는 제대로 준비하여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뒷풀이 자리로 향했다. 화창한 날씨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조항현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