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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육년 오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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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환경조사서(박용주)
새 학기가 시작되어 / 가정환경 조사서의 편모슬하 결손가정 난에 /
동그라미 쳐지는 걸 보면서 / 언제나 슬픈 생각을 갖습니다.
사회생활엔 다스림이 필요하고 / 잘 다스리기 위해선 /
개개인을 나누어 / 알기쉽게 표시한다지요.
자가 전세 셋방으로 나누고 / 피아노 승용차로 나누고 /
아버지의 직업으로 나누어서 / 우리들의 이마에 /
화려한 배경과 좋은 환경과/ 문제가정의 스티커를 척척 붙여 주지만
우리가 만든 조건이 아닌데도 / 우리의 등급처럼 매겨져야 한다면 /
우리는 무엇을 배우러 학교에 오나요.
콩 심은데 콩나고 / 팥 심은데 팥나는 까닭에 /
가정환경 조사서를 금과옥조로 여긴다며는 /
우리는 심은대로 싹날뿐인 / 콩 팥이 아닌 것을.
콩으로 심어질지 / 팥으로 심어질지 모르기에 /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가꾸기에 달렸다 믿고 /
날마다 찾아가는 배움터인데 / 가정환경 조사서를 가슴에 붙이고 /
교실에 앉는다면 / 우리는 무엇때문에 학교에 가나요.
망설여집니다. 뜨거운 오월에, 뜨거울 오월에 살아지는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잘 들 지내시죠’라는 인사가 어쩐지 외람된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세상이 위 박용주님 시처럼 [알기쉽게 구별짓는 법]에 익숙하죠. 어린 아이들도 눈치빠른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구별짓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거나하는 데는 문외한이거나 연습부족이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쉽지 않아보입니다.
누구는 ‘어려운 참여’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조금은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바꾸어내는 몫에는 ‘어려운 참여’에 서려있지 않을까 합니다. 대추리에도 고민을 던져주시고, 10시간이상 ‘공부’에 시달리는 초교 어린이의 인권에도 말입니다. 깊숙하고 나지막한 삶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서로 아픔을 나눠 가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성공’이란 말에 취해 누구를 위한, 누구의, 무엇을 위해, 어떤 이라는 조건을 ‘늘’ 잊어버리는 현실 속에, 어린이날에는 순진한 ‘어린이’는 줄어들고, ‘어버이날’엔 ‘어른’이 줄어들어 혹 늘어나는 것은 세상에 닳고닳은 ‘어른이’만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합니다. (철쭉이 유난히 강열합니다. 참터에 대한 애정도 한번 확인해주세요. ㅎㅎ. 늘 건강하시구요.)
/ 노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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