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연구 주제의 선정이라는 조사연구 활동의 초기 단계를 살펴보면, 과학상점의 연구 주제는 필요성을 정의하는 데에서 기존의 연구 활동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공식적인 국가과학기술체계 내에서 일반시민들이 생활에서 부딪히는 과학기술 문제들을 발굴하고 취합하여 공론화하는 정부기관이나 단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드물게 지역사회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의 압력에 못 이겨 지자체가 선심쓰듯 발주하는 간헐적인 소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일반시민들의 직접적인 필요성에 근거한 조사연구 프로젝트는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과학상점은 지역사회의 일반시민, 시민사회단체, 주민단체, 여성단체,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습니다. 그리고 이때 의뢰받는 주제들은 고도의 과학지식과 복잡한 기술적 해결책 보다는 환경과 사건에 대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이해, 다양한 정보와 전문적인 과학지식들을 연계하고 조정하는 참여 연구자의 문제해결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조사연구 과정에서도 특징이 있습니다. 과학상점 조사연구 활동은 일반적으로 ‘지역주민 - 학생과 전문 연구자 - 과학상점 코디네이터’의 팀 단위로 수행되는 데, 전체 과정 자체가 참여와 양방향의 교육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해결식 조사연구가 그러하듯이, 과학상점의 조사연구도 프로젝트가 발주되어 전문연구자가 결과를 내면 프로젝트가 종결되는 방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한 현장을 탐문하고 함께 협력하고 상담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비전문가인 주민들의 요구를 연구자들에게 전달하고 조정해서 주민들과 연구자들이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연구 활동이 안정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하게 됩니다. 특히 학생들이 전문 연구자의 지원과 지도를 받으면서 조사연구 활동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에는 코디네이터가 상담능력과 학문적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과학상점 활동이 대부분 연구학점이나 봉사학점을 이수하는 학생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는 점과 교수나 일반연구소의 연구원 등의 전문 연구자들이 자신의 직업을 가지면서 조사연구 활동에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직가로서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결과를 얻어 제출하면 종료되는 것과 달리 과학상점은 그 결과를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이것은 과학상점의 연구 주제가 시민들의 직접적인 필요성에 근거하고 있고 대부분의 연구가 문제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행동을 도울 수 있는 연구가 계속해서 이어지게 됩니다. 지역에서 의뢰되는 사안들 대부분이 제도의 문제와 연관이 있으므로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장기간의 활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상점 활동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되는 것은 ‘문제의 발견자’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때 입니다. 사회적 파급효과나 영향이 큰 과학기술적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이를 공론화하여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 프로젝트를 발주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온산병이나 전의면 안티몬 문제 같은 경우가 공공 연구기관이 직접적인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충분히 공론화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처럼 사회적 약자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연구의 ‘사회적 문턱값’은 높아서 참터와 같은 ‘문제의 발견자’들 없이는 과학기술적 이슈나 연구과제로 등록하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참터가 전문적인 일반 연구기관처럼 여러 연구자들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어서 집중적으로 조사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규모와 전문적 역량에서 조사연구 활동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발견자’로서 일반시민들의 필요에 근거한 연구 주제를 공론화하고 전문가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초적인 조사연구와 사회적인 행동을 조직하고, 그 결과를 일반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학상점으로서 참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