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는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데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푸는 문제가 만들어진 배경이나 역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하면 직접 문제를 제기하거나 만들어내야 한다. 하는 일이 사회적 안전과 직접 관련된 일이면 더더욱 그러하다"

"거대한 기업이나 조직에 묻힌 개인, 사고(思考)의 부재, 어디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보다 주어진 조건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몰두하는 과학기술자를 비판한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업가와 과학기술자는 항상 대립관계에 놓여 있을 숙명을 가진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자가 사회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이 수동적 의무라고 한다면 사회복지, 평화, 평등과 같은 지고한 이 사회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은 과학기술자가 사회에 대하여 갖는 능동적인 책무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자의 인권과 사회적 책임>이장규, [과학기술과 인권], 당대

이렇게 말씀한 교수님을 따라가자니 이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남생각을 하며, 더구나 조직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다고 그렇게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 짤리기밖에 더하겠느냐구. 보신하기도 어려운데, 그 생각까지 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든다. 불감증과 몰상식, 주변에 어떤 일이 생기고 사라지는지 관심밖에 있는 우리에게 혹시 지나친 요구는 아닐까? 일자리도 하늘에 별따기인데 이런 마음갖고 온전한 생활이 가능할까?

아쉽게도 이런 말들이 잃어버린 감각을 되살릴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회와 소통하지 않는 과학기술자로서 개인은 점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엔 공감한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이것이 사회에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자물통에 잠궈놓고 사는 이상. 부지불식간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피해를 준 한 사람으로서 확율은 점점 커질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확율이 어려운 로또는 곧 될 것 같은데, 그것 역시 천배 만배 높은 확율로서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야기의 출발은 단순할 수 있다. 주변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 혹시 모를 부정적인 부분에 맘을 쓰는 일, 사회적 책임에 무게중심을 두는 단체에 후원하는 일, 세미나에 참가해보는 일. 시간도 들지 않고 맘도 그리 성가시지 않는 일들에 맘 주는 일부터 시작일 것이다.

그렇게 사회와 주변에 관심이 젖어들면, 아직도 사회와 단절되고, 사업적 성취만 전도된 제2의 황우석같으신 분들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공부만하고 성과만 낸다고 세상일이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들이 전해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대전은 목하 몸살중이다. 대덕 R&D 특구라고 제도를 만들어놓더니 특구 안은 온통 개발 열기만 달아있는 것 같다. 산을 반쯤 잘라내어 개발열기를 부채질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뭐 잘못한 것이 있느냐고. 그리고 그 연구원들이 모여사는 곳 인근은 대전시에서 해외 섬유업체를 유치했다고 치적을 자랑한다. 지금도 심한 악취가 그런 유치와 개발열기로 해서 점점 줄어든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며, 난개발과 겹쳐져 애초 의도와 달리 누가 들어오려고 할 것인지 아연하기도 하다. 지금 현상태론 R&D 특구가 아니라 개발특구가 되는 인상을 지을 수 밖에 없다.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을 가르는 것은 정말 사소한 것이다. 반걸음이든 한걸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마음주는 일부터, 돌아보는 일부터가 시작이다. 나노를 연구하며 진폐, 규폐같은 부정적인 나노를 생각하지 않거나, 생명공학을 연구하며 동물을 사람과 같다고 환원하거나, 개발에 정신이 팔려 실험실 안전이나 인권을 염두에 두지 않거나, 실험에 온통 정신이 팔려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거나... ... 하는 일들은 줄어들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다리를 놓다가 보면 교수님이 지적한 '능동적 책무'까지 함께하여 지역과 사회가 질적변환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 노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