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은 무더운 여름이지만 아침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만물이 성장하는 여름이라지만 환경에 맞춰 발육하기만 하는 때라 제각각 자기 커나가는 것만 생각할 뿐이라 정신없이 지나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반면 가을은 아침의 서늘함과 함께 시작이 되니 잠에 취하듯 흐트러진 마음에 번쩍하는 섬광을 때리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활동이나 일이 모두 그러하겠지만 조금은 자기활동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반성하고 비판하는 계기를 가지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환경과 사람의 변화에 따라 활동이 변해야 하는 이치, 그리고 실천이 있을 때에라야 인식이 생성되는 이치를 따라잡기 위한 선인의 지혜와 같은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참터도 스스로의 일을 돌이켜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 참터를 시작할 때, 몇 개의 시범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과학상점의 필요성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보여주어 과학상점을 제도화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역에서의 조사연구 의뢰는 대부분 짧은 기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단일 프로젝트와는 달리 지역주민들과의 협력과 해당 분야 전문가의 참여가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진행되어야만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게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제도권에서 부담스러워하는 집단적 행동을 지원하고 기존의 틀을 변화시키는 것이 참터 활동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이런 조사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상점을 제도화하리라 기대한 것 자체가 너무 순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역사회나 과학기술 영역의 활동 과정에서 다른 사회단체들과 연대할 때에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과학상점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것과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공동의 실천을 기획하는 것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었습니다. 참터의 역량 부족도 한 몫을 했습니다. 참터가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차별성이 있는 독자적인 자신만의 실천과 역량을 보여줄 때에만 구체적인 공동의 이슈가 만들어지고 연대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참터 회원들은 여러 단체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참터는 얼마나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일까요? 이제는 참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고유의 활동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축적하고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사무국에서는 집행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일들이 참터의 고유한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였습니다. 1)과학기술과 관련된 구체적인 문제를 선정하고 적절한 시민참여모델을 활용하고 적용하는 것, 2)과학기술 관련 문제와 이슈를 연구기관, 대중매체, 기술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모니터링하고 동향을 파악하는 것, 3)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개하고 교육하는 것 등입니다. 지역사회로부터 의뢰받아 조사연구를 수행하는 기본 활동에 덧붙여 참터의 고유한 활동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터의 고유한 활동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종합되어 구체적인 사업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 신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