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월말마다 관심있는 회원들이 모여 참터정책모임을 꾸려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시민사회에 가까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안목과 거시적인 관점을 기르는 연구 역시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과학기술의 위상이 급속도로 바뀌고 한편으로는 정부의 비전에도 과학기술을 삶의 질에 연관지으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정부와 기업에 의해 주도되어온 면이 크지만 앞으로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을 북돋우고 위험한 방향은 견제를 할 수 있게끔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모임은 6월에 참터 총회를 겸해 대전에서 첫 모임을 가지면서 첫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7월에 가진 모임에서는 이상동님이 [기술혁신에 기반한 삶의 질 제고방안]과 [공익연구개발:개념과 현황], 그리고 신명호님이 [기술변화와 혁신전략]에 관해 소개해주셨습니다.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서 받아적는 저로서는 걱정이 까마득히 몰려올 정도였지만 참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참터가 공공성을 기준으로 연구활동을 진행하는 단체이므로 공공성의 개념을 어떻게 잡아낼 수 있을 것인지가 뜨거운 주제였고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가 토의코자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몇 가지 사정이 겹쳐 아쉽게도 아직 성사되지 못했지만 참터의 역량과 외연을 확장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능력이 닿는 대로 추진을 해보려고 합니다.

관련된 또 하나 주요한 화두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공공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최근에 박진서님과 장효성님이 이 점에 대해 상당히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쳐 주셔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특히 연구의 비전을 만들어나갈 때에 이해당사자간 합의와 공개, 참여라는 사회적 작동 기제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인상 깊었습니다. 외국의 경우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과학기술자들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큰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애매모호하게 책임을 넘기는 구조로 되어있어서 상층과학기술자/관료 집단과 현장과학기술자의 구도로 봐야한다는 토론도 있었지요.

이런저런 말씀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는 과학기술인으로서의 자율성에 관해 반성할 측면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과학의 자율성이 진실을 찾기 위한 의미에서의 자율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채 지원만 요구하는 핑계가 되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어쨌든 공부를 배우고 오는 측면뿐 아니라, 한 달에 한번씩 참터의 존재를 실감하고 다른 연구 현장에서 고민하는 문제를 알게 된다는 의미가 작지 않네요.

앞으로는 스터디를 넘어, 더 구체적인 문제를 잡아서 들어가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입니다. 11월의 모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