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년 말의 대통령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것을 돌이켜보게 한 선거였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를 일생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최장집 교수가 “민주주의를 경험해보지 않고는 민주주의가 뭔지를 잘 몰랐던 것 같다”라고 고백한 바대로, 정치의 자율성과 타율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운동의 길이 좁아져 가고 있는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과 전망을 재확인하고 올바른 실천의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참여연구’를 모토로 과학기술의 책임 윤리를 촉구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고자 했던 참터에게도 과학상점 활동의 한계와 전망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추후 활동 방향을 살펴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참터는 철도정비창 내 식수 오염 문제, 연기군 전의면 월성리의 안티몬 중금속 오염 문제, 대전 1?2 공단 환경오염 문제, 신탄진 K업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산업안전 문제, 원자력 발전과 이용의 안전성 및 정보공개를 위한 시민사회 원자력 간담회 주최, 스마트원자로 사업의 타당성과 안전성 검토, 아파트 난방방식에 대한 객관적 평가 기준 수립, 유기농 재배식품 검사 방법, KAIST 내 연구실 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안 마련, 치아충전재 수은아말감/금/레진의 안전성 비교 평가, 패시브샘플러 측정 데이터의 공식인증 타당성 조사 등을 포함하여 52개의 주제에 대해 조사연구를 의뢰 받았습니다. 그 중 일부는 완료되었지만, 기초 조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2007년 한 해 동안은 지역사회로부터의 연구의뢰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참터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참터의 역량, 활동방식, 지역 시민사회의 환경, 대학 및 연구기관의 제도적 조건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참터는 상근자/반상근자, 회원, 참여전문가, 자원활동 학생, 시민 등에게 흡인력 있는 역할 모델을 창조해내고 제시하였는가?
  2. 참터의 주 ‘고객’은 누구인가? 참터는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
  3. 대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단체들이 참터에 요구하는 지역사회운동에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4. 한국사회에서 과학상점의 제도화를 위한 제도적 여건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세 가지 정도로 참터의 활동의 방향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참터의 활동을 과학상점운동에 국한하지 않고 시민사회가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활동 분야로 확장해서,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과학기술 이슈들에 대한 평가와 감시, 과학지식과 정보의 확산 등의 활동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참터가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들은 유전자조작, 광우병, 환경호르몬, 항생제남용 등의 식품안전 분야, 지구온난화, 원자력, 재생에너지, 생태도시 사례 등의 에너지 분야, 환경성질환, 전자파, 유해물질관리 등의 환경보건 분야, 작업장 유해물질, 과로사, 실험실 안전 등 노동안전 분야 등이 될 것입니다. 각 세부 주제별로 시민과학교육, 정보 및 자료수집, 과학기술감시, 제도감시, 주제그룹활동, 사회적 수요 발견, 시민참여모델 적용, 기술영향평가, 정책 분석과 평가 등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참터는 지역사회와의 소통공간을 열기 위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참터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상시적으로 접하는 공간을 여는 작업으로, 더 사랑하는 연인이 적극적이듯이 참터가 먼저 지역사회에 다가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앞서 이야기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 중심의 동 단위 시민과학교실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시민참여 기술감시와 지역사회 환경보건 모니터링 등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수행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과학상점 제도화를 전문 연구자나 학생들의 자발성에 기대기보다는 과학기술의 책임 윤리와 전문가의 사회활동에의 참여를 대학과 연구기관 단위에서 강제하는 추세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경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이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과학문화활동비를 지역사회를 위한 연구로 활용하는 문제, 대학생들의 자원활동을 연구학점으로 인정하는 문제, ‘삶의 질’ 연구가 주요 연구 테마인 연구기관 등과의 직접적인 소통 및 교류 등을 포함합니다.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 가야할 길을 가는 것이 운동의 길이라 할 때, 참터의 활동 방향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서구의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포함한 제도의 소개로부터 시작된 한국사회의 과학기술 민주화가 더욱 더 내화되고 심화되어야 시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나처럼 2008년 새해도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사자성어로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