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참여연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시민참여연구센터(참터)가 닻을 올린 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준비기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7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 흐른 셈이지요. 창립 5주년을 기념하는 초청강연회에 참석해서 연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정치’, ‘공공성’, ‘금융세계화’와 같은 묵직한 주제까지 참터의 관심을 넓히는 것에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참터가 초지일관 파고들어야 할 한 우물에 대해서 곰곰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참터는 참 많은 일을 해 왔습니다. 과학상점운동의 불모지에서 과학기술운동의 하나로서 과학상점의 가능성을 열었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연구프로젝트를 제안받고 수행하는 절차들을 마련했습니다. 광우병, GMO 등 식품안전에 관한 것부터 재생에너지 등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탐구하고 자료를 축적했으며, 그 결과를 갖고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교육과 토론의 기회도 가졌습니다. 전업적인 활동가도 없이 오로지 열정과 헌신으로 벌여온 일들이기에 그 의미는 자못 크고 소중합니다. 그 과정에서 참터와 인연을 맺고 힘을 보탠 자원활동가와 학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여전히 참터는 더 많은 관심과 열정과 헌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먼저 연구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이 참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해 주기를 바랍니다. 참터는 과학기술자들의 지역 주민들의 삶을 살피고 자신의 일과 전문지식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곱씹으며 실천적 과학기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참터는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이 가진 지식의 극히 일부라도 사회적 약자와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거대과학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과학기술자로서의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참터는 어쩌면 인생의 새로운 맛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역의 주민들이 참터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친숙하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암묵적 지식들은 참터에서 만나는 과학기술자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선사할 것이며 중요한 연구과제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참터 활동은 과학기술자들과 주민들이 서로를 변화, 발전시키는 동기를 부여해 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참터를 이끌어가는 식구들은 과학기술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게 하고, 참터 일에 참여하게 하고, 참터의 의미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문제가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 일반(시민,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참터가 펼쳐온 과학상점운동이 과학기술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수단이자 동시에 대안사회를 여는 의미있는 공동체운동이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참터 활동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보기, 작은 강연회, 찾아가는 과학교육처럼 그동안 펼쳤던 소박한 활동들 중에서 좋은 점들을 엮어서 지속적으로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그러한 활동을 미처 몰라서 함께 하지 못한 과학기술자들이 있다면 하나 둘씩 손을 잡고 참터로 이끌어야 하겠지요. 참터 5년, 신중하게 생각하되 행동은 한걸음 더 빨리 나가는 참터가 되기를 바라고, 활발한 참여로 참터에 성원을 보내는 회원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제 자신도 참터 활동에 더욱 분발할 것을 다짐하면서, 늦었지만, 참터 5주년을 함께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