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나는 그런 교육 속에서도 나름대로 개인의 위치를 정립하고 나 좋은 것 찾는 복 받은 놈이 되었다. 그러다가 발도로프 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했을 때, “바로 이거야. 천국이 따로 없구나”를 외치며 흥분하던 일이 기억난다. 발도로프 학교를 규정하는 여러 특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개인에게 내재된 잠재성을 깨운다”는 교육 목표야말로 나를 열광시키는 것이었다. 그 후로 다른 대안학교들을 접했고, 각 학교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그 교육목표만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 생각되고, 바로 이점이야말로 현재의 공교육과 대안학교를 구분짓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나의 대안학교에 관한 견해는 순전히 이론적인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접한 “대전 푸른숲 학교”와 관련한 경험들은 “대안학교”야 말로 정답이라는 내 믿음을 확신케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지 입학 설명회와 몇 차례의 학부모교육에 참석한 것이 전부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 “바로 이런 것이 대안교육이구나” 하는 구체적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대전 푸른숲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내가 한다는 것은 실례될 일인 것 같고, 여기서는 단지 내가 받은 단편적인 느낌 위주로 말하고자 한다.

학부모 교육시 줄서기 대신 원형으로 둘러앉아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하곤 했는데 특히 돌림노래를 때로는 큰소리로, 때로는 작은 소리로, 혹은 콧소리로 아니면 마음속으로 할 때 매우 즐거웠었다. (노래들은 하나같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던지...) 아마도 이런 경험들이 아이들의 감성을 자라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대로 듣고 이를 그대로 내 입으로 얘기하고 나서 거기에 따른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들이 나의 선입견(사람에 관한 것일 수도, 이야기 내용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지 여실히 볼 수 있는 과정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대안학교 하면 자유방임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푸른숲 학교는 자유방임을 추구하지는 않는 것 같다. 푸른숲 학교의 특징 중의 하나는 슈타이너의 (인간)발달론을 바탕으로 어린이의 몸과 마음을 키우는 교육과정을 짠다는 것이다. 이 발달론은 인간과 인생의 전체 과정에 대한 독자적인 이해 하에서 어린이를 이해한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에게는 절대적 권위가 필요한 시기가 있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혼란시키지 않는 하나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성장하면서 스스로 진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학부모와 교사는 어린이와의 관계를 통해서 스스로를 성장시켜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는 내가 정리한 것으로 사실과 약간 틀릴 수 있다.)

대안학교는 아이들에게는 좋겠지만 어른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시도일 것이다. 대안학교 운동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제 갓 씨앗을 뿌린 대안학교들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화하여 공교육을 위협할 그 날을 기원하며 두서없는 글 줄이겠다.

글/ 정용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