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점 뉴스레터

연구소 노동조합 상근자들이 바라본 참터
릴레이 인터뷰 (3) - 권도경, 이경춘, 정선경 회원

이번 회원 인터뷰는 좀 특이하다.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을 동시에 인터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대전지역 정부출연연구소의 노조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 활동가란 공통점이 있다. 인터뷰에 응하게 된 과정도 재미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두 사람이 인터뷰를 이미 수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럼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참터 사무국의 계략이 적중한 것일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참석
권도경, 정선경, 이경춘 (참터 회원, 사진)
노윤호 (참터 선전언론팀, 인터뷰 질문)
이상동, 이연진 (참터 사무국, 기록)

노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권 : 저희는 모두 대전 지역의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하 과기노조)에서 일하는 상근자들이고요, 저는 과기노조 한국 항공노조지부에 있는 권도경입니다.
정 : 저는 정선경이고, 생명공학연구원 지부에 있습니다.
이 : 저는 해양연구원지부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분회에서 일하는 이경춘입니다.

노 : 인터뷰에 응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어떤 인터뷰인지는 알고 계시나요?
이 : 전에 뉴스레터 인터뷰 봤어요. 하지만 제안 받았을 때 기분은 … 솔직히 거절하고 싶었어요.
정 : 전 술자리에서 갑자기 제안해서 거절할 정신이 없었어요.
이 : 게다가 세 사람이 같이 한다고 해서 거절하기가 어려웠구요. 세 사람을 각자 공략한 게 먹힌 것 같네요.

노 : 참터는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이 : 일하는 곳이 과기노조라서 처음부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주로 이성우 (전)위원장님에게서요. (모두 고개를 끄덕거림.) 과학상점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가끔씩 보아왔습니다.

노 : 참터가 여름부터 정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인데요, 그 중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게 있을까요?
(일동 외면 후 웃음)
이 : 아직은 후원하는 정도의 관심이다.
정 : (약간 서운한 얼굴로) 전 뉴스레터를 받아보지 못해서… (활동 내용을) 잘 알 수가 없었어요. 저는 제가 회원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여기서 사무국 간사들이 당황함) 전에 참터에서 발행한 소책자를 봤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려는 지는 대강 알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노 : 세 분 중에는 이공계 전공이 아닌 분들도 계신데요, 이공계 전공이 아니어서 과기노조 근무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권 : 첫 직장이라 겪는 어려움은 있었는데, 이공계인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봐요. 처음에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올 때는 좀 적응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에요.
이 : 연구소의 부서가 생소하고 기계공학 쪽은 잘 몰라서 낯설기도 했죠. 하지만 이공계라서 생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첫 직장은 언제나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도 많지 않나요? 연구소가 가족적인 분위기라 지금은 너무 편한데요.
정 : 저는 사무실에 1년 넘게 혼자서만 근무해서 좀 외로웠죠.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괜찮지만요.

노 : 이공계 쪽은 여성 노동자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요, 정부출연연구소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 : 생명공학 분야는 여직원의 수가 많은 편이지만, 다른 곳은 여직원 비율이 아주 낮죠. 특히 정규직은 더 적어요. 파견직으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2년 뒤에는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겨야 해요.
연구소 안에서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을 갖고, 이런 일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여직원이 나가야 되게 될 때 다른 연구원으로 갈 수 있게 소개해 주는 경우도 있죠. 물론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지만…. 노조에서 아예 파견회사를 차리라는 농담을 하는 연구원들도 있죠. (웃음)

노 : 비정규직으로 여성이 많이 들어오는 이유가 뭘까요? 비정규직 여성들이 주로 하는 일은?
이 : 연구 보조 업무나, 행정 사무 같은 일을 하죠. 그러니까 단순 사무직 일이 많아요.
정 : 같은 사무직이라도 정규 직원이나 파견직은 급여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있죠.

노 :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는 여성연구원이 많기도 하고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거든요? 그래서 여성 연구원에 대한 배려가 나아지고 있고. 여러분들이 일하고 계신 곳은 어떤가요?
권 : 저희도 요새 점점 여성 연구원들이 늘고 있거든요. 연구소 원장님이 여성 할당제에 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구요. 여성의 근로조건에 대한 얘기도 마찬가지로 조금씩 나오고 있고.
정 : 저희 연구원에서는 요새 기숙사 새로 짓고 있는데, 보육실 시설도 있어요. (일동 감탄사!)

노 :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 고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질문이 나오자마자 다들 심각해짐)
권 : (매우 심각하게) 근본적인 해결책…, 어렵죠. 전원 정규직화밖에 없을 텐데….

노 : 이제 인터뷰를 마치려고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말씀하시죠.
권 : 참터가 노동조합과의 연계 활동을 넓히실 거라고 하셨는데, 과기노조 각 지부에 홍보가 필요하다고 봐요. 참터를 아직 모르는 지부가 많거든요. 우리가 평상시에 직접 같이 활동하진 못해도 조합원과 참터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는 있죠.
이 : 저도 조합원 연구원들에게 참터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도 그러지 못했다. 그런 기회를 활용할 수 있게 우리를 괴롭혀 주세요. (웃음)
정 : 참터의 무궁무진한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 오늘 해보니까 인터뷰를 통해서 회원을 만나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한 번 더 보게 되고 활동에 관해 고민하게 만들어주니까. 저희도 이용해봐야 할까봐요.

일동 : 수고하셨습니다.

정리/ 노윤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