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전시민아카데미 (이하 아카데미)에서 ‘사회운동의 전망과 사회찾기’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있었다. 대전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무 담당자들이 많이 참석을 했었고, 아카데미의 이외원 사무국장님께서 발제를 하였다.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사회운동에 대한 위기 논쟁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있어왔지만, 경주 방폐장, 새만금, 그리고 이번의 5.31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점점 더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반면에 사회운동 진영의 위기 의식과 그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카데미에서는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면서 문제를 구체화하여 지역 차원에서 그 대응책을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전체 발제는 1) 사회운동의 위기와 5.31 지방선거에 대한 문제제기, 2) 사회운동이 당면한 한국사회의 과제, 3) 사회의 변화와 사회운동이 가진 위기와 내용을 다루는 사회운동의 위기와 과제, 4)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간략한 논의로 구성되어 있다.
충분한 토론이 되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첫 번째 자리였던 것 같다. 세미나를 통해서 각자의 활동에서 직면하는 문제와 견해들이 표출되고 정리되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각자의 견해를 이외원 사무국장님이 종합/분류/정리한 후 주요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1~2회 정도 brainstorming 방식으로 추가 세미나를 준비하기로 결론지었다. 참터에서는 운영위원장님과 사무국장, 그리고 백승기 회원이 참석하였다. 지역사회에서 사회운동의 활성화와 지위 향상을 위해서, 대전지역의 사회단체의 하나로서 참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반면에 발제와 토론에서 답답함과 아쉬움을 느낀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그 과정에서 느꼈던 문제의식을 정리하여 이후 논의를 위한 시작점으로 삼고자 한다.
1. 사회운동의 위기에 대해서
① 위기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막연하게 위기라고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기를 모두 나열하고 그 심각도와 현실성에 대해서 평가를 내려서 위기의 위험 정도를 분류해볼 필요가 있다. 막연하게 위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② 위기를 나타내는 세부적인 정량적인 상세 지표나 구체적인 현상은 무엇인가? 구체성을 결여한 진단은 오히려 대응을 어렵게 한다.
2. 사회운동의 물적/인적 토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① 한국사회가 일정 정도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성취하고 난 후에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 활성화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생존경쟁이 심화될 경우 일반 대중은 때로는 자신의 기본적 권리를 포기하는 정도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현재 시민사회를 위협하고 사회운동의 물적 토대를 붕괴시키고 있는 구체적인 흐름들은 무엇인가? 사회운동은 어떤 물적/인적 토대를 바탕으로 활성화 되는 가?
② 대전지역 사회운동의 물적/인적 토대와 계보는 무엇인가?
3. 정치세력화 혹은 정치운동과 사회운동 간의 관계는?
① 무엇을 위해 정치운동과 정치세력화를 하고자 하는가? 현실 사회주의 국가라는 정치체제가 사라진 현재 사회변혁이라는 구호는 현실성을 상실하고 있다. 사회운동이 정치운동이나 정치세력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목표는 단기적인 것과 중장기적인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
② 정치는 권(權), 세(勢), 법(法)을 근본으로 함은 변하지 않았다. 사회운동의 정치세력화는 각 요소별로 무엇을 획득하고자 하는 가? 권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같은 자리가 될 것이고, 세는 지역사회에서의 조직력, 법은 제도나 법규를 의미한다. 사회운동은 각각의 정치 요소에서 어떤 것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인가? 역량이 부족한 경우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③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주제는 교육, 보건/의료, 복지 등으로 각각 중산층, 중하층, 빈곤층의 주 관심 주제이다. 사회운동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구체적 실천과 제도적 대안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집중해야하는 특정 분야가 있는가?
4. 5.31 지방선거에서의 활동과 결과에 대한 평가
① 소위 ‘진보진영’이라고 부르는 후보들이 낙선한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선거법과 같은 제도적인 부분 때문인가, 아니면 ‘진보진영’의 생태적인 한계와 역량부족 때문인가?
② ‘진보진영’에 해당하는 정당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서 진단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의적인 판단들이 많아 보인다. 자기위안이나 자기만족적인 수사여구가 아니라 투표에 임한 일반시민의 시각이 어떤지를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반시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진보진영’의 후보와 선거 결과는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5. 운동 방향과 방법에 대한 주제
① 사회운동의 ‘고객’은 누구인가? 사회운동은 누구에게 무슨 책임을 져야하는가? 각 분야별 사회운동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음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가? 특정 사회운동을 통해서 긍정적인 사회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
② 사회운동의 각 단체가 자기운동의 영역에 대해 보이는 민감한 반응의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 각 단체/활동가 간의 생산적인 상호비판과 운동적인 긴장이 부족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러한 긴장과 비판을 대화와 실천을 통해 종합해 낼 수 있는 계기와 수단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는가?
③ 사회운동의 결과물은 무엇인가? ‘제도와 행위자’가 사회운동의 결과물이 아닐까? 지금의 난맥은 운동의 대상이 변화했는데, 운동이 적응하지 못함으로서 발생하는 지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책전문가 단체들이 많이 생성되는 것은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의 필요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④ 사회운동에 대한 전문 연구자가 앞으로의 운동은 풀뿌리 지역운동과 전문가 운동으로 진화해가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또한 ‘제도와 행위자’라는 사회운동의 화두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견해는 어떤 추세와 변화,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안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