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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펌-경향뉴스메이커][사회] ‘중국산’주홍글씨 공포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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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참터자원
Date : 2007-11-20 21:40 | Hit :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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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 ‘중국산’주홍글씨 공포만 키운다-수입 민물고기 ‘말라카이트 그린’파동… 허술한 검역체계 개선은 여전히 ‘뒷전’
2. 경향뉴스메이커, 2005-09-08
3. <인천/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
4. 키워드
식약청
5. 기사내용
인천 연안부두 주변에는 수많은 보세장치장이 몰려 있다. 보세장치장이란 수입업자들이 통관절차를 밟는 동안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품을 잠시 보관해두는 일종의 창고다. 그 가운데 수입 수산물의 보관을 취급하는 보세장치장은 대략 30~40개.
‘말라카이트 그린’ 공포가 식탁을 휩쓸고 지나간 지난 8월 30일. 연안부두 주변에 밀집한 보세장치장에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끊긴 상태였다. 7월 26일 중국산 장어에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진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되면서 비롯된 사태는 8월 말 붕어와 잉어 등 기타 수입 민물고기에서도 말라카이트 그린이 나오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언론에서는 앞다퉈 ‘못믿을 중국산 수산물’ ‘중국산 불량 먹거리’ 등의 표현으로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해 ‘쓰레기 만두 파동’ 이후 음식에 대한 수식어로는 부적절한 것으로 여겨졌던 ‘쓰레기’라는 단어까지 부활했을 정도다.
수입업자부터 음식점까지 ‘도미노’
40개의 수조를 마련해놓고 있는 보세장치장 한국살베지는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8월 30일 찾아간 한국살베지에는 평소 빈번히 드나들던 활어차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활어가 헤엄치고 있어야 할 수조에는 거미줄만 지저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살베지 관계자는 “평소에는 수조마다 고기가 가득했지만 며칠 전부터 거의 고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면서 “바닷고기는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 말라카이트 장어 사태 이후 민물고기의 수입은 완전히 중단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세장치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정은 중국산 수산물 수입업자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민물고기를 취급하는 대부분 보세장치장에서는 수조를 월 단위로 수입업자들에게 임대해준다. 활어의 경우 수조의 온도관리나 산소공급 등 관리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입업자는 월 40만 원 안팎의 임대료를 보세장치장 주인에게 지불하고 수조를 사용해야 한다.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로 수입할 길이 막혀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영세한 수입업자들은 보세장치장 사용료까지 그대로 썩히고 있는 상황이니 이중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보세장치장 희광물류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수산물이 모두 민물고기이니 당장은 중국산 민물고기를 수입하는 업자들과 보세장치장에서 손해를 보겠지만 곧 활어 도매상이나 음식점들도 말라카이트 영향권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사실로 증명됐다. 중국산 장어에 대한 공포는 수산물 도매시장 상인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원산지를 ‘중국산’과 ‘국산’ 등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지만 유통되는 수산물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기 때문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 자체가 뚝 떨어진 탓이다.
소비자 ‘뒤통수’ 때린 검역체계
국내 장어 양식업계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국산 장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가 국내산 양식장어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지난 9월 1일 부랴부랴 오거돈 장관이 해수부 대회의실에서 국내산 양식 장어요리 시식회를 열었다.
오 장관은 이날 “지난 7월 18일부터 수입검사가 강화되자 중국이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을 잠정적으로 중단해 지금은 중국산이 수입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뒤 “국내 뱀장어 양식장에서는 말라카이트 그린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국내산 뱀장어를 많이 애용해달라”고 호소했다.
물론 한 번 확산된 공포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 장관의 장어 시식은 당국이 제시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을 따름이다.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 그동안 중국산 장어를 먹어온 소비자들이다.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역항목에 추가된 것은 지난 7월 외신보도를 통해 중국산 장어의 처리과정에서 이 약품이 사용된다는 보도를 접한 뒤의 일이었다. 해수부는 또 7월 18일 중국산 장어를 비롯해 최근엔 붕어와 잉어, 그리고 베트남산 양념장어에서도 잇따라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는데도 수입 민물고기에 대한 말라카이트 그린 잔류검사를 최근에야 시행했다.
중국 정부에 강력한 대책 촉구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7월 외신보도를 통해 중국에서 장어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사용이 금지된 말라카이트 그린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뒤 이 약품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면서 “이전까지 말라카이트 그린은 검역 관련 검사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산 장어를 보양식으로 생각하며 먹어온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수입업자 역시 그동안 똑같은 업자에게 똑같은 물건을 받아왔을 뿐인데 갑자기 수입 불합격 처분을 받아 전량폐기조치를 당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저질식품을 수입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로 말한다면 이들이 현재 받고 있는 고통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꼭 그렇다고 할 수만은 없다. 문제의 장어를 수입한 ㅇ무역 이모 사장은 “중국에서 이미 자체적으로 수출 적합 판정을 내린 장어인데다 일본에도 아무 문제 없이 납품하고 있던 장어인데 갑자기 전량 소각하라니 우리처럼 영세한 업체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에 대한 책임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바다 건너에 있는 중국 양식업자들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신보도를 접하고서야 부랴부랴 말라카이트 그린을 검역항목에 추가한 정부의 검역체계에 대한 문제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해수부는 중국산 장어에서 검출된 말라카이트 그린의 양이 구체적으로 얼마이며 그 수치가 갖는 의미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식약청 관계자는 “모든 유해물질에 대해 검사를 하려면 범위가 너무 넓어 이에 따른 비용과 인력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새롭게 유해물질로 판명될 경우 해당 물질에 대해 검사항목에 추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정부에서는 9월 1일 향후 한중 위생당국간 회의를 열어 수출중단 등 강력한 대책을 중국 정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특히 중국산 민물고기에 이어 바다에서 양식되는 홍민어에서도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됨에 따라 ‘수산식품안전종합대책’을 마련, 국내의 수산물 검사능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중국산’ 때리면 국내산도 ‘불똥’
말라카이트 그린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된 데에는 물론 앞다퉈 ‘중국산 때리기’에 나선 언론의 책임도 있다. 그동안 중국산 식품은 납꽃게와 농약인삼, 쇳조각이 들어가 있는 조기, 표백제로 처리된 찐쌀 사건 등을 통해 그 위험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수입은 오히려 꾸준히 늘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수입된 중국산 식품은 170만6000t으로 작년 전체 수입량인 167만7000t을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로 볼 때 올해는 350만t을 기록할 전망이다. 옥수수와 고추, 쌀은 물론 대두, 당근 등 곡물부터 배추김치와 소금, 당면까지 수입하지 않는 먹을거리가 없다.
이처럼 어차피 우리의 식탁이 중국산 식품에 상당 부분 점령당한 상황에서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해 싸잡아 ‘쓰레기’라고 매도하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 수입업자들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 국내 농어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은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국내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이는 물가의 상승만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인천을 통해 수입되는 수입 수산물의 검역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인천지원의 최성복 지원장은 “최근 수입되는 중국산 식품은 중국 현지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중국에서도 최근 나름대로 검사를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중국산 식품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는데 ‘중국산’이라고 하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터뷰 / 중국산 장어 수입업체 ㅇ무역 이모 대표
“인체에 해로운 걸 들여오겠나”
말라카이트 그린은 양식 어류의 운반과 저장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곰팡이 등 기타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던 약물이었지만 1990년 초부터 발암성 물질로 분류돼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중국 일부 양식장에서는 말라카이트 그린의 값이 싸고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이를 암암리에 사용해왔다.
지난 7월 18일 처음으로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중국산 장어를 수입한 업체는 영세기업인 ㅇ무역이다. 이 회사의 이모 대표는 “우리도 잘한 것은 없지만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장어는 어떻게 수입한 것인가.
“내가 중국산 장어를 수입해 국내 도매상에게 넘기듯 중국에서도 양식어민들에게 장어를 구매해 수출을 대행하는 업자가 있다. 중국에서는 주로 강소성 이남에서 장어를 양식하는데, 우리가 필요한 물량을 주문하면 이들이 양식어민들에게 장어를 구매한 뒤 냉장 컨테이너에 담아 육로로 산둥반도까지 운송한다. 여기서 중국 정부로부터 정당한 절차에 따라 수출허가를 받은 상품이다.”
육로 운송 중 신선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장어에 어떤 약품을 쳤는지는 사실 양식장 주인만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 같은 수입업자 입장에서는 직접 보지는 못하니까 중국 정부의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말라카이트 그린 때문에 난리다.
“나로서는 언론보도가 불만이다. 7월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 없이 수입이 통과되던 것이 갑자기 외신보도 이후 불합격 처분을 받아버리니까 손해가 막심하다.
나한테 서류까지 다 있는데 7월 이전에는 말라카이트 그린 검사항목이 아예 없었다. 7월에 느닷없이 불합격 맞고 5.6t에 달하는 장어를 전량 소각했다. 피해금액만 5000만 원이 넘는다.”
말라카이트 그린이 암을 유발한다고 한다.
“아무리 돈을 보고 장사하는 사람이지만 인체에 해가 된다는 것을 식용으로 들여오겠나. 이번에 내가 수입한 장어는 일본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수출되던 것이었다. 이번에 하도 억울해서 알아봤는데 우리보다 중국산 장어를 10배나 많이 수입하는 일본에는 말라카이트 그린에 대한 0.05ppm의 허용기준치가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번에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에서는 정확한 검출치도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보니까 0.01ppm이었다. 너무 한 것 아닌가.”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중국산 장어에서 검출된 말라카이트 그린의 농도는 통상적 장어 섭취량과 비교해 건강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붕어나 잉어에서 발견된 것도 인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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