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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참터소식지3호] 과학기술이슈/ 한국형 원전 수출과 기술이전의 잠재적 위험성
 작성자 : 참터
Date : 2014-02-05 11:14  |  Hit : 1,026  
칼럼 / 과학기술 이슈
 
한국형 원전 수출과 기술이전의 잠재적 위험성
 
 
글_박혜경 (운영위원, 사회학 강사) 

  
   특정한 하나의 기술은 모든 시·공간에서 늘 변함없이 동일한 기술 수준을 유지할까? 이 질문이 품고 있는 속뜻이자 답변 중 하나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흔히 같은 기술, 같은 디자인에 사용법까지 동일한 기술들은 특정한 지역이나 문화권에서, 혹은 기술이 사용되는 시기에 따라 그 기술이 다른 형태로 변형되거나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21세기 최고의 신(新)기술품이자 발명품으로 꼽히는 스마트폰. 이 제품은 7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기술로 공유된다. 이것보다 몸집이 약간 큰 자동차도 비슷하다. 나라마다 다른 언어로 소개된 설명서나 매뉴얼이 있지만, 거기에 맞추어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을 하게 되면 대부분 언제 어디서나 문제없이 차를 운행할 수 있다. 이 사례들로 본다면 ‘(대개) 하나의 동일한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기술력(수준)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조금 더 규모가 큰 도로, 교량, 댐, 공장, 건축물 등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의 경우는 어떠할까?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과거 우리 사회의 충격적인 기술 붕괴 사건 하나가 소개된 바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이다. 이 사고는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경 서울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지면서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 6명에 피해액 약 2,700여 억 원이 발생한 건국 이래 최대의 참사였다.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 호황 시기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지어진 건물들에 대한 공포와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었다. 정부는 곧바로 전국의 모든 건물들에 대한 안전 평가를 실시했는데, 평가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전체 고층 건물의 80%가 크게 수리할 부분이 있었고 14.3%는 개축이 필요한 상태였다. ‘아무 이상 없이 안전하다’고 판정받은 건물은 불과 2%에 그쳤다.
 
   당시 삼풍백화점의 붕괴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지목되었다. 직접적인 붕괴의 원인은 아니었으나 점주측이 상가나 백화점 따위를 지을 수 없는 주거용 부지에 건물을 올리기 위해 서초구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지급한 뒤 불법적으로 용도를 변경하였던 출발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원칙을 무시한 건설은 더 직접적인 붕괴의 원인이었다. 1987년 설계 당시의 건물은 지하 4층에 지상 4층이었는데, 완공시점에 백화점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준공검사도 무시하고 가사용 승인만으로 개점하였다. 사고 무렵에는 건물 붕괴의 위험이 여러 차례 경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계속 영업활동을 하는 패악함도 저질러졌다. 이처럼 총체적인 사고의 원인을 우리는 흔히 ‘인재(人災)’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의 갑작스러운 재앙, 기술의 붕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천재지변에 의해 발생하는 기술적 붕괴가 있을 수 있다. 2011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발생한 천재(天災)에 가깝다. 그러나 많은 산업기반시설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낮은 기술력과 부실한 기술 관리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거의 대부분 인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갑작스런 기술의 붕괴를 막을 방법은? 기술 수준을 높이고 사고예방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안전 감수성을 고양시키면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으로 기술은 더 이상 붕괴하지 않을까?
 
   산업기반시설과 관련한 기술은 기술 자체의 설계나 구조, 관리 매뉴얼만으로 그 동질성이 시·공간을 넘어서까지 늘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술의 안전과 붕괴를 좌우할 수 있는 요인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가변적이다. 특정한 산업기반시설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물리적 환경, 예를 들어 입지 공간의 토지 상태나 기후는 물론 기술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노동환경과 일하는 습관 및 문화, 심지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규범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안전과 붕괴에 작용할 잠재적 위험 요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기술은 결코 자연환경이나 사회와 독립적이지 않다. 오히려 아주 깊이 상호작용한다. 이렇게 볼 때, ‘특정한 하나의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고정된 상태의 동일한 기술 수준을 유지한다’고 볼 수 없다.
 
   이제 시야를 좀 더 넓혀서 생각해보자. 소위 ‘플랜트(plant; 전력, 석유, 가스, 담수 등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하거나 공장을 지어주는 산업)’로 불리는 해외 건설수출 산업에 있어서 이와 같은 기술의 명제는 어떻게 판정될 수 있을까? 1984년 12월 3일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유니온 카바이드 농약 공장 사고는 당일 새벽에 공장에서 27톤이 넘는 양의 메틸이소시안염 등의 유독가스가 2시간여 넘게 유출된 사건이었다.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저온으로 유지되어야 할 저장 탱크의 온도가 상승해 탱크 속 압력이 높아지면서 밸브가 파열되어 일어났다. 여기에 운전원의 기계조작 미숙, 밸브 파열시 안전장치 부재, 조기 경보 체제 오작동 등 여러 가지의 기계적 문제 및 관리 문제가 개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고가 던져주었던 시사점은 새로운 차원의 기술적 함의였다. 기술이론가들은 이것을 ‘기술이전의 잠재적 위험성’이라고 부른다. 공간을 넘어 이전된 기술은 예측하기 어려운 잠재적 위험성을 더 많이 안고 있을 수 있다. 보팔 사고의 경우에도 미국에서 인도로 대규모 플랜트가 이전되면서 사고 발생에 따른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 기술 자체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의 취약성 등이 인도 사회의 실정에 맞게 적절히 대비되지 못하여 사고가 더 커졌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도 미국 GE사가 제조한 얇은 격납용기 문제가 지적되기도 하였다. 지엽적인 대비책일 수 있겠지만 일본과 같이 지진, 해일이 잦은 나라에 설치할 격납용기라면 두께가 더 두꺼웠어야 했다.
 
   원전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말 이면계약, 헐값수주 논란 속에 UAE에 한국형 원자로 첫 수출 협약을 맺었다. 그 이래 2030년까지 총 80기의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올 들어서는 태국으로부터 댐 건설 등 물 관리 사업도 수주하여 반세기(48년)만에 해외건설 수주 600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크게 홍보하고 있다). UAE는 우리와는 자연환경이 매우 다르다. 아열대성 기후로 여름에는 기온이 50도까지 올라가며 강우도 매우 불규칙하고, 겨울에도 몇 주일을 제외하고는 습도가 상당히 높다(85% 수준). 근래에는 지진과 해일에 안전하지 않다는 특성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더욱이 중동은 늘 정전 위험을 안고 있는 세계의 화약고이다. 한마디로 기술 이전에 따른 노출된 위험과 잠재적 위험이 모두 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많은 나라들의 에너지 정책은 탈핵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그들이 내린 공통적인 결론은 “원전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 안전할 때에만 폐로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한국형 안전 불감증’까지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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