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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3-07-24 10:13 | Hit :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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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과학기술 네 번째 “지역에서의 참여와 연대”
과학기술을 노동자․민중의 삶 속으로
- 지역에 기반한 사회적 공간을 만들자 -
신명호 (당원, 유성구 지구당, 대전과학상점 준비모임 간사)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환경은 더욱 오염되고 있으며 계층과 지역 간의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핵문제, 환경오염, 군사무기, 유전자 조작기술, 인간복제 문제, 감시․통제 기술, 건강문제, 기술적 재난 등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부작용들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네 과학기술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과 권력이 원하는 분야만을, 자신들의 이익에
적합한 분야만을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바꾸어내야 한다.
이 일은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하기 힘든 그 무엇으로 남아있는 과학기술을 노동자․민중의 삶 속으로
가져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이 노동자․민중의 구체적인 삶과 만날 때만이
과학기술의 폐해에 노출된 노동자․민중의 삶을 복원하고, 왜곡된 과학기술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을 노동자․민중의 삶 속으로 가져와서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역에 기반한 사회적 공간을 만들어낼 것을 제안한다.
이 공간은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노동자․민중과 과학기술 전문가들을 참여와 연대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삶의 터전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네델란드에서 시작된 ‘과학상점’이라는 지역기반의 연구센터가 있다.
지역주민과 주민회, 시민단체나 여성단체,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과학기술에 관련된 문제에 도움을
요청받아, 지역의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연구자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과학상점은 비슷한 문제에 부딪힌 지역 모임들을 서로 엮어주고 과학기술 연구자들과 연결해 준다.
과학상점에서 지역주민들은 문제의 설정, 연구과정, 결과의 적용 및 보급의 전 과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참여 연구자들과 함께 그 연구의 기획과 활용을 통해 사회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미국의 메사추세츠 워번시 과학상점의 활동이 좋은 예이다. 70년대 지역에서 소아 백혈병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희생자의 어머니들과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공동우물이 오염된 것과 관련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국립보건원과 질병통제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무관심한 답변만을 받았다.
이 지역의 과학상점에 해당하는 JSI 센터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버드 공중보건 연구소의 교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을 주민들과 센터 스탭, 연구자들의 공동팀은 지역의 두 대기업이 배출한
오염물질과 백혈병이 관련 있음을 밝혀내었다. 이러한 공동노력을 통해 두 회사로 하여금 피해자
가족에게 8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게 했고, 화학물질에 오염된 지역을 깨끗이 청소하라는
연방정부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위의 사례는 과학기술에 관련된 문제에서 1980년대 우리나라의 온산병과 비슷한 전개 양상을 보여준다.
페수를 만들어내는 커다란 공장들, 기업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페수처리시설, 독성 폐수로 황폐화된
어장과 주민들의 삶, BOD, COD, PPM이니 하는 이른바 ‘과학적 지식’을 둘러싼 갈등,
사건을 축소하려는 정부와 그에 고용된 학자들, 주민들의 요구에 무관심하고 관료적인
국공립 연구기관들, 생존을 위해 공해연구를 시작한 지역주민. 결국 온산병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이주를 하지 못한 주민들은 여전히 공단 폐수구 근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두 사례의 대조적인 결과를 가져온 결정적인 차이는, 메사추세츠 주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주민들과 끝까지 함께 한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있었다는 점에 있다. 하버드 연구소의 교수들은
조사, 연구 설계 및 수행, 그리고 결과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지역주민과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협동 작업은 놀라운 결과들을 가져왔다.
우리는 지역주민과 과학기술 전문가의 협동과 참여를 만들어낸 JSI 센터와 같은 과학상점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과학상점과 같은 지역사회의 공간들이 바로 가장 밑바닥에서 노동자․민중들의 삶
속으로 과학기술을 가져오는 방법이고, 절름발이가 되어버린 과학기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공간들을 중심으로 노동자․민중이 참여와 연대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고, 자본과 권력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난 대안적 과학기술들을
구성해 낼 수 있다. 당은 이러한 공간의 필요성과 가능성들을 빨리 인식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작은 ‘진지’들을 만들고 확장하려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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