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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3-07-25 19:23 | Hit :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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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과학기술 세 번째 “환경, 에너지”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과학하기
강양구 (당원,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회원)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거나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다음과 같은 비판에 시달리곤 한다.
“먹고살 만해야 환경에도 신경을 쓰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처리하기는 해야지.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얘기해.”, “도대체 현실 감각이 없어. 전기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 곳에서
한번 살아보라지.” 등등. 이런 얘기들이 들려올 때마다 안타깝다. 불평을 늘어놓는 그 사람들이 바로
다양한 수준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의 피해자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자.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콩이나 옥수수 가공 식품 상당수는 미국에서
수입한 유전자 변형된 것이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은 주말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산지에서 직송된
유기농 작물을 먹지 이런 ‘위험한 식품’은 먹지 않는다. 주거 환경만 해도 그렇다. 서울에서 제일 먼저
친환경적으로 복원돼 부자 동네 주민들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준 양재천은 어떤가? 주변에 너구리가
돌아다닌다는 양재천과 썩은 물이 흐르는 우리 동네 하천을 비교해보자. 이번에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신청한 부안도 안타까운 경우다. 만약 부안이 잘 나가는 동네였더라면, 산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당근’에 주민들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핵쓰레기장 유치를 돈으로 사려는 어쭙잖은
시도 자체를 못 했을 것이다. 이처럼 환경문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다.
그렇다면 서민들 상당수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심지어 환경운동을 부담스럽거나
적대시하는 것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짚어 보겠다.
끊임없이 절대적, 상대적 궁핍과 박탈감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환경문제의 해결보다는 좀더 나은
살림살이에 관심을 쏟는다. 생태적이고 대안적인 살림살이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참여시키지 못할 때,
서민들은 자기 살림살이와 무관해 보이는 환경문제의 해결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반(反)과학기술주의자’로 오해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문제를 야기한 과학기술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다른 과학기술의 모습을 보여주고 또 그것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면 사뭇 다른 반응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선 우리가 장기적으로 영위할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문제부터 관심을 갖자.
석유 때문에 벌어진 추악한 전쟁에서 또 이번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을 둘러싼 ‘예정된’ 잡음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화력 발전이나 핵발전과 같은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 놓을 수는 없다.
태양, 풍력 에너지와 같은 분산적이고 생태친화적인 에너지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을 민중들에게
보여주고 지역에서부터 에너지 전환을 위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적으로 만들어진
대안 과학기술의 사례가 증가할수록 민중들은 환경운동에서 ‘과거’가 아닌 ‘다른 미래’를, ‘反과학기술’이
아닌 ‘다른 과학기술’의 이미지를 발견할 것이다.
지난 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전혀 상반된 두 가지 소식을 접해야 했다. 민주노동당은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바로 논평을 발표했지만,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당의 행보는 지난 대선 때 당의 환경정책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다. 당은 지난 대선 때 분명히, “핵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장기적으로
대안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환경정책의 맨 앞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정책의
연장선상이라면, 핵폐기물 처리장은 당연히 당론으로 반대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원들의 질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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