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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3-10-22 15:22 | Hit :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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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이 쇠를 이기리라>
2003. 10. 7 백무산
처음에는 바람결에 나는 들었다
풀잎이 쇠를 이겼다는 소식을
그러자 천둥같은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작은 촛불이 창검의 성을 부수었다는 소식을
그것은 언제나 저들의 꿈처럼 거대하고
그것은 불멸을 꿈꾸며 언제나 절대적이다
그래서 그것은 국가권력과 동격이다
국가 위의 국가를 닮았고
제국의 이상을 닮았다
그들의 꿈은 언제나 지배적이고 절대적이다
저것은 저들의 꿈이었다
핵은 자연물질이 아니라
저들이 꾸는 세계 지배의 꿈이며
제국주의의 연금술이었다
그것은 헛소리였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없었다
밖으로는 핵폭탄의 거대한 제국의 무력이었고
안으로는 핵발전이라는 제국의 에너지 지배 전략이었다
모든 것을 집중하고
모든것을 지배하며
모든 것을 독점하는 그들의 꿈은
핵을 통해 실현 되었다
그리하여 지상의 모든 분쟁과 전쟁이
핵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느냐
지구상의 모든 국제 정치도
핵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느냐
어느 나라 경제가 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제국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그 거대함은 곧 핵분열로 이어졌다
핵은 이제 우리들 밥상 위에도 있다
우리들 시커먼 욕망 가운데도 있다
그들의 지배는 방사선처럼 침투한다
새벽 노숙자의 이슬 젖은 어깨 위에도,
전쟁의 폐허에서 울부짖는 저 아이들 아,
팔레스타인에서 동티모르에서 보스니아에서 이라크에서
잘려 나간 아이들 팔 다리에도,
고층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꼭 껴안고 뛰어내린
젊은 엄마의 눈물에도,
우리들 단잠의 벼개맡에도 핵의 그림자는
유령처럼 악몽처럼 따라다닌다
아, 나는 그 절망의 잿빛 그늘에서
어디서 들려오는 난데없는 소리를 들었다
풀잎이 쇠를 이겼다고
작은 촛불이 창검의 성을 부수었다고
우리의 자각은 늦었지만
우리의 힘은 저 작고 여린 곳에 있었다
저 여린 솜털같은 곳에 있었다
아직도 귓구멍에 말뚝을 박은
참여민주주의는 저 소리를 들으라
그대들이 참여를 내세우려거든 이제
저 푸른 나무들을 참여시켜라
저 들판의 바람을 참여시켜라
새들에게 자리를 주고 갯벌에게 지위를 주어라
아직도 의자가 하나밖에 없는
참여민주주의는 들으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을
지금 참여시켜라
물방개와 망둥어와 소라고동과
땅강아지에게 자리를 주어 참여시켜라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소리를
지꺼리지 말아라
국익은 언제나 핵을 꿈꾼다
세계화를 떠벌이지 말아라
세계화의 이상은 핵을 꿈꾼다
핵은 제국의 물리학이다
절대권력의 연금술이다
핵폐기물은 쓰레기가 아니다
그저 공해가 아니다
그것은 소멸 되지 않고 폐기되지 않는
착취와 검은 욕망과 지배 음모의 증거물이다
기만과 폭력과 매수와 거짓말
그들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둘러 파묻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꿈을 영원히 연장시키려는 검은 욕망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뒤흔드는 힘을
나는 보았다
처음에는 바람결에 들리는 작은 소리를 들었다
풀잎이 쇠를 이기더라는 소식을
그러자 천둥같은 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작은 촛불이 쇠의 가시로 무장한
창검의 성을 부수더라는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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