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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4-01-16 00:00 | Hit :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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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언젠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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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넉달맞는 녹색병원 의료진
한국 의료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병원을 만들어가는 의사들이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3동 녹색병원(옛 서울기독병원 자리)에 모여든 26명의 의사들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만들어진 의료운동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참된 의료실현을 위한 청년 한의사회(청한)에서 왜곡된 의료 현실을 바꾸려
활동해온 사람들이다. 나머지 의사들도 녹색병원이 가려는 길이 좋아 길동무가 됐다.
녹색병원은 1988년 7월, <한겨레>가 창간 직후 세상에 처음 알린 원진레이온
직업병 참사 사건 때 이황화탄소 직업병 피해자와 인의협 등 의료운동단체,
노동단체가 똘똘 뭉쳐 정부를 상대로 6년 넘게 벌인 싸움 끝에 얻어낸 산재 보상금을
바탕으로 문을 열었다. 이 병원에는 직업병으로 숨져간 많은 노동자의 넋과 아직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1천명 가까운 노동자들의 피와 고통이 서려 있다.
결코 여느 병원처럼 꾸려갈 수 없는 공익병원이다.
녹색병원은 지난해 9월20일 문을 연 뒤 10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등과 함께
주민건강걷기대회를 열었고, 11월 인제대 상계백병원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주민과 함께하는 공익병원으로 자리잡기 위한 걸음을 착착 내딛고 있다.
또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과 서울중랑노인종합복지관 등에서 매주 벌이고
있는 주민·노인들을 위한 무료진료와 침·뜸 시술, 병원 대강당에서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무료건강강좌도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대한다.
병원 곳곳에 걸린 임옥상 화백의 작품과 병원 입구에 우뚝 세워진 그의 그림탑,
그리고 병원 안 나무로 만든 계단과 엘리베이터 내부 벽과 문은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다. 원장실과 부원장실은 환경이 가장 나쁜 지하 2층에 있다.
양길승 원장(55)은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과잉진료를 하는
일은 결코 없다”며 “병원 경영도 이름에 걸맞게 투명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70·80년대 오랜 민주화운동으로 옥살이까지 했던 양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지 못하고 아일랜드로 건너가 의대를 마친 뒤 1986년 10여년 후배들과
함께 늦깎이로 의사가 됐지만 한국에 돌아온 그를 후배들은 ‘큰형님’으로 대한다.
이 병원 내과 백재중씨는 지난해 국립의료원에서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환자 치료 실무책임자로서 온몸을 던져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인의협 후배다.
김봉구씨(외과)는 경기도 수원의 한 종합병원에서 외과과장으로 있으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환자들이 의사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에 고민하다
환자한테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어보기 위해 적은 월급을 감수하고 이곳에 왔다.
녹색한방병원장을 맡고 있는 최문석씨는 2001~2002년 청한 회장을 지냈다.
함께 일하는 이경규씨는 청한의 사무국장이다. 최씨는 “녹색병원에서 참다운
양한방 협진을 이뤄 우리 사회에서 뿌리깊은 양한방 갈등을 푸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지역건강센터를 맡고 있는 박태훈씨는 광주새날의원, 상계주민의원, 완도대우병원
등을 거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주민들을 돌보는 진료에 힘써왔다.
이들의 꿈은 무척 소박하다. 하지만 그 꿈은 우리나라 미래 의료의 희망이다.
안종주 보건복지전문기자 jj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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