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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한겨레] 노원 '나눔의 집' 지역공동체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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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4-05-18 11:10 | Hit :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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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서민들이 함께 만드는 지역공동체 운동에 대한 기사가
있어서 퍼 올립니다. 대안사회 주민연대가 나아갈 길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실천들을 제도적으로 공공성을
확보해낼 수 있도록 연구자들이나 정책관련자를 자극하고
연결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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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돈만 있으면 빈곤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여유가 있는 이들이 십시일반 나누기만 하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여긴다. 빈곤층을 돕는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자리가 필요하고 생계비 지원도 필요하다. 더 시급한 지원은 해체위기에 놓인 가족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개인을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한 무형의 지원이다. 그런 지원은 사람에서 나온다. 나눔의 꽃은 사람이다. 돈이 모자라도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나눔의 희망은 사람의 향기에서 나온다. <한겨레>는 ‘사람’이 있는 나눔의 현장을 찾아간다.
아빠 가출·엄마 정신질환 ‘영미네’
월 80만원 생계지원 뚫고 ‘가정결연’대상자로 선정,
동생들은 24시간 돌보게
서울 노원구에는 달동네가 많다. 중계동, 하계동, 월계동 등지의 영구 임대아파트 11개 단지에 대략 2만 가구의 저소득층이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로부터 생계비 보조나 의료·교육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지원이 미치지 못해 아슬아슬한 지경에 놓인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 지원을 받는 가정들도 상당수는 단순히 돈만은 아닌 ‘사람의 손결’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영미(11·가명)네 집은 노원구 상계4동 산꼭대기에 있다. 식구는 어머니와 세 동생을 합쳐 다섯. 3년 전만 해도 영미네는 살 길이 막막했다. 알콜 중독이었던 아버지는 가출해 연락이 끊어졌다. 어머니는 정신질환을 앓았다. 끼니 잇기도 빠듯한 형편이지만 서류상으로는 멀쩡한 가장이 있는 집이라 수급대상자로 지정받지도 못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이 노원구 성공회 ‘나눔의 집’에 다리를 놓아주었다. 1986년 상계동에 문을 연 ‘나눔의 집’은 이 지역의 가난한 이웃을 돕는 나눔운동을 펴온 단체다. 실무자가 영미네를 찾았을 때 상황은 심각했다. 어머니는 정신장애와 언어장애를 앓고 있었고 둘째 동생 경미(7·가명)도 정신 장애가 있어 보였다.
당장은 생계비가 급했다. 동사무소 담당자를 데리고 영미네 집을 찾았다. 가출한 아버지가 서류상 가장으로 돼 있어 수급대상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현장검증’을 거쳐 영미네는 다달이 80여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굶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는 벗어났지만 영미네는 다른 도움도 절실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가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영미와 동생은 학교를 결석할 때가 많았다.
‘나눔의 집’은 전담 실무자를 정해 종합적 지원을 하는 가정결연 대상자로 영미네 집을 선정했다. 먼저 경미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정신지체 3급에 언어장애라는 판정이 나왔다. 정신과 치료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동안 고심했다. 궁리 끝에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마들복지관에 보내 치료를 시작했다. 영미와 바로 밑의 동생 영철이(9·가명)는 학교 담임 교사를 찾아가 아이들이 학교를 자주 빼먹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각별한 관심을 부탁했다. 경미와 막내 정미(4·가명)는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았다. 이들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했다. 다행히 동네의 한 어린이집 원장 부부가 자기들 집에 데리고 있기로 해 한시름 덜었다. 시간이 지나 영미와 동생들이 자라면 가정은 점차 안정되어갈 것이다.
노원구 ‘나눔의 집’은 영미네같이 어려운 가정을 종합적으로 돕는 일을 한다. 대략 2천개 정도 가정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가운데 80% 가량이 결손 가정이다.
‘나눔의 집’은 4호선 전철이 개통되고 재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던 86년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와 저소득 청년을 대상으로 한 야학으로 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취업, 의료, 보육 등 기본적인 복지 서비스도 필요했지만 황폐해진 가정을 다시 세우는 일이 시급했다. 빈곤층에 필요한 복지서비스는 말그대로 복합적이었다. 그래서 89년 시작된 것이 가정결연 사업이다.
가정결연은 ‘나눔의 집’ 실무자가 특정 가정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자기가 맡은 가정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도움의 손길을 조직하는 것이 실무자의 일이다. 가정에 따라 다달이 5만~20만원씩 생활비도 지원한다.
일자리 막막했던 ‘장영순씨네’, 알코올중독 남편 병원으로
자활교육 뒤 일자리 마련, 두 아이 자원봉사자 연결
5년 전에 결연한 장영순(40·여·가명)씨네도 이곳을 찾아 안정을 되찾았다. 장씨는 알콜 중독인 남편을 대신해 일자리를 얻으려 구직을 도와주는 민간단체인 북부지역실업자사업단을 찾았다가 ‘나눔의 집’과 연결됐다. 장씨 남편은 새벽 4시에 아이들을 깨워 술을 사오라며 매질 할 정도로 알콜중독이 심각했다. 장씨네 집을 맡은 ’나눔의 집’실무자는 남편을 병원에 보내 치료받게 했다. 장씨는 북부지역실업자사업단에서 가사관리와 산후조리 기능교육을 받게 해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두 아이는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결연해주었다. ‘나눔의 집’에서는 이곳 아이들에게 일반적인 가족의 역할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1대1로 연결시켜준다. 주로 대학생인 결연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한두차례 아이들을 만나 형이나 누나 노릇을 한다.
나눔의 집은 가정결연사업과 함께 자활공동체사업에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봉제생산협동조합인 ‘실과 바늘’과 ‘우리 품새’를 만들었다 실패하기도 했다. 지금은 ’나눔의 집’에서 갈라져 나간 자활후견기관과 연계하기도 한다. 도시락사업단 ‘사랑의 손맛공동체’등은 얼마 전 독립했고 음식물재활용사업단, 간병인 사업 등은 독립을 준비 중이다.
자활사업·아이 보듬기 한발한반발,
어린이 공부방 운영에, 청소년 진로 머리 맞대, 도시락·간병인사업 쑥쑥
청소년의 진로 모색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이 지역에는 10개의 실업고등학교가 있다. 지역 청소년 대부분이 이들 실업고에 진학한다. 자활지원관을 만들어 진로탐색, 직업체험, 현장견학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악세사리사업단과 도자기공예사업단을 만들어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가정 문제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공부방도 운영한다. 공부방은 공부 자체보다 미술치료, 인성훈련, 연극놀이 등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나눔의 집’은 최근 노원공동체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이 지역을 빈곤층 주민들 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게 꿈이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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