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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마당
Date : 2004-06-15 13:50 | Hit :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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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9일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갑자기 경상도 일원의 건물들이 흔들렸다. 경북 울진 동쪽 80km 해역인 북위 36.8°, 동경 130.2° 지점에서 리히터 규모 5.2의 지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울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에 여론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바로 울진이 현재 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고, 올해와 내년에 각각 1호기씩 더 운영에 들어가게 될 한국형 경수로 원자력발전소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록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은 1556년 1월23일 중국 산시지진의 83만여명이다. 지난해 12월26일에는 이란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6의 지진에 4만3천여명이 숨졌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1995년의 고베지진 때 6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지진에 의하여 원전의 안전에 피해가 보고된 바는 없다. 1999년 타이완 중부 치치지역에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해 2천여명이 사망했으나 4기의 원전에는 이상이 없었다. 작년 9월 일본 쿠시로 동남동 80km 해역에서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해 정유공장 화재, 국철 특급선 탈선, 쿠시로공항 폐쇄, 북해도 고속도로 통행금지 등의 피해가 있었으나 토마리 원전 1호기는 출력을 조금 낮춘 상태로 계속 가동할 수 있었다.
국내 원전도 지진에 대비해 부지를 선정할 때는 활동성 단층이 있는지를 정밀조사하고 이를 면밀히 평가하여 승인한다. 그리고 반경 320km 안에서 발생한 모든 지진기록과 지질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 지진동 0.2g(=리히터 규모 6.5)에 상당하는 지진이 원전부지 바로 아래서 났을 때에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내진설계 기준을 따랐는지를 심사한다.
원전에 설치된 지진감시장치는 0.01g 이상의 지진동을 감지하면 경보를 발생하고, 0.1g을 초과하면 원전을 정지시킨 뒤 안정성에 대한 정밀 검사와 조사를 하게 된다.
이번 지진으로 울진 원전에 설치돼 있는 지진감시장치에 0.0154g의 지진동으로 경보를 발생했으며 구조물, 기기, 계통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했으나 안전에 영향을 끼칠 만한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54기의 원전을 가동중인 일본의 경우 리히터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연 4천여회 나는 반면, 우리나라는 연 10회 정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통계에 의존해 상대적으로 안일한 판단으로 좀더 높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우리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될 재앙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위태로운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주관하고 지질자원연구소, 기초과학지원연구소, 서울대 등 13개 기관에서 1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형 연구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00년부터 6년간 수행되는 이 과학기술부 원자력중장기 과제가 완료되면 지진으로 인한 원전 부지의 종합적인 안전성이 평가되고, 아울러 지진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연재해는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철저한 대비책만이 예고 없는 자연재해로부터 인명과 자연을 지키는 오직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또한 재난 예방은 과학기술의 힘과, 전문가들의 감시, 그리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 조건이 높아질 때 비로소 목적을 이룰 것이며, 지진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좀더 안전하게 만들어 주게 될 것이다.
은영수/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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