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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Date : 2004-06-15 13:54 | Hit :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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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안의 지진역사
지난달 29일 경북 울진군 동쪽 약 80㎞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5.2의 강진이 일어나,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이 퍼지고 있다. 수백, 수천년을 돌이켜볼 때 한반도 지진은 최근에야 잦아지는 것일까
이런 물음에 답하려면 매우 오랜 기간의 지진자료를 분석해 한반도의 지진활동이 어떻게 전개돼왔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현재 한반도의 지진에 관해선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 기록된 ‘역사지진’, 그리고 근대적 지진계측이 시작된 1905년 이후의 ‘계기지진’ 자료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0년 동안의 지진기록을 되짚어볼 때 유라시아판 안쪽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 지각의 지진활동은 판 내부 지진의 일반적 특징인 불규칙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오랜 시기에 걸쳐 어떤 주기성을 띠는데 지금은 점차 비활성기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2000년의 자료로 본 한반도의 지진은 어떤 모습일까.
15~18세기 지진활동 가장 왕성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15~18세기에 가장 왕성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기화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우리나라 지진활동은 1~14세기에 비교적 낮은 편이었으나 15~18세기에 이례적으로 매우 높았고 19세기 이후에 다시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2000년 동안 한반도에서 지진으로 방출된 에너지의 태반이 이 시기에 방출됐다”라고 말했다. 조선시대가 가장 활발한 지진활동기라는 점은 학계에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565년(명종 20년) 9월부터 1566년 1월까지 평안도 상원에선 100여차례나 떼지진(군발지진)이 잇달아 발생했다. 1643년(인조 21년) 7월엔 울산 근처에서 일어난 ‘땅이 갈라지고 물이 용솟음치는’ 지진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일 것으로 이 교수는 추정했다. 역사문헌을 통틀어 가장 큰 피해를 낸 지진은 통일신라시대인 779년 경주에서 ‘땅이 흔들리고 민가가 무너져 죽은 자가 100여명이나 되었다’는 지진이었다.
한반도 지진 1000년, 100년 주기설
김성균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한반도 지진의 특징은 한반도가 유라시아판 내부에 속해 판 내부 지진이 대부분 그렇듯이 매우 불규칙하며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라며 “그렇지만 역사기록을 볼 때 일정한 주기가 나타난다는 점도 또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수백~1천년 주기로 잠복·활성 거듭‥조선시대 가장 빈발
1565년 5개월간 100차례 떼지진‥통일신라땐 100명 숨져
최근 지진활동 잦아져 “활성기로 접어드나”촉각
학계에서는 그동안 한반도의 지진이 긴 주기와, 중간 주기, 그리고 짧은 주기로 잠복과 활성을 거듭하고 있다는 여러 가설들을 제기해왔다.
김성균 교수는 “1천년 주기의 큰 변동, 400~500년의 중간 변동, 45년 주기의 작은 변동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기화 교수는 “어떤 기간을 정해 주기설을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대체로 수백~1천년의 주기가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의 600년간 지진기록을 분석한 윤순옥 경희대 교수(지리학)는 100~150년 주기설을 제시했다.
현재 한반도는 지진 활성기
학자들은 대체로 현재 한반도는 19세기 지진활동 잠복기를 벗어나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분명한 지진의 활성기라고 못박는 데엔 주저하고 있다.
김성균 교수는 “1990년대 들어 리히터 규모 3 이상의 지진들이 늘고 있지만 리히터 규모 4 이상 지진의 빈도는 거의 변화가 없는 편”이라며 “갑자기 큰 규모의 지진이 늘었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공식집계되는 지진 발생 건수가 늘어난 것은 국내 지진계측장비가 정밀화하고 관측망이 온나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2000년 동안의 지진자료를 통해 볼 때 한반도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 활성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은 대체로 인정되고 있다. 이기화 교수는 “지금이 바로 지진의 활성기는 아니지만 예전보다 지진활동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는 분명하다”라며 “지진 재해에 대비해 기상청과 기상연구소 등에 흩어진 연구인력을 한데 모아 체계적인 지진 전담연구 부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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