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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환경과 경제의 지속적인 조율에 관한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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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노현승
Date : 2007-06-18 13:22 | Hit :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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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l 2007-06-17http://blog.aladdin.co.kr/bluefox/1321011
굿 뉴스 -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 지음, 조응주 옮김 / 샨티 / 2006년 6월
환경적 관점을 누누이 비관하고 절망해 온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희망의 불씨는 품을 수 있다. 화사한 책표지처럼 제목도 Good News다. 먼저 읽은 이노우에 토시히코의『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에서 경제와 현실적 대안을 연계하는 작업의 성공을 만났다. 세계의 도시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도시를 취재하는 일에 그쳤다. 저자가 일본인이고 NHK 방송출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된다. 그러나 그 이전에 거리상 인접한 아시아에서 일본만이 출판기록에 남은 건 이렇게 해석된다. 1980년대 경제대호황을 누리면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급부상한 한국이나 2000년 밀레니엄 시대에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신중화(新中華) 건설의 꿈을 갖는 중국의 환경상황은 참담하다는 현실이다. 대개 불우한 현실을 기반으로 GNP 그래프는 상승한다. 아시아에서 일찍 '경제의 뒷골목' 문제에 봉착했던 일본의 환경인식과 정책은 한 발 앞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프로그램은 거의 유사한 속도전을 치렀던 한국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중에서 대륙 저 너머 브라질 꾸리찌바의 '저소득층 끌어안기'는 부러움을 넘어 하나의 교과서로 삼고 싶을 정도다. 물론, 나는 대기업의 경제 권력과 농업의 공업화를 촉진하는 한국의 현실 앞에 한탄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싶다는 의지는 무엇인가. 그래서 이 묵직한 세계의 '꽃피는 봄' 이야기를 펼쳤다.
책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지속 가능한 환경인식과, 지속 가능한 기업의 환경생산과, 지속 가능한 정부의 정책.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잃지 않게 독려하며 감시하는 체계로서의 환경단체 역할이 강조된다. 환경단체는 기업과 시민, 정부와 시민,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하나의 다리다. 환경단체의 역할은 개별 사안에 집중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거대한 초국적 기업에게 더 유리한 정부정책 하에서는 풀뿌리 경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역경제가 국제소비 경제에 모두 유익하거나 망가진 지구의 수호신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거대해진 거인은 환경을 통째로 흡수한다. 경제성은 있을지 몰라도 거기에 합류하지 못했거나 합류할 수 없는 계층은 정말 골방에서 죽음의 교향곡을 읊어야 한다. 이것은 진정한 환경정책이 아니다. 경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현대의 환경은 꽃을 헤치지 않고 꿀을 모으는 꿀벌로부터 소생의 힌트를 얻자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책에 등장하는 세계 각국의 성공예시가 한미 FTA와 관련되어 있음을 상기하며 협상단은 추가협상에 임해야 한다. 왜? 경제와 환경은 더 이상 두 가지의 별개 시스템이 아닌 샴쌍둥이처럼 두 개의 문제를 하나의 해답으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소비생활을 규제하는 일부터 국제무역 같은 거대담론까지 전방위적이고 무한대로 연결된 네트워크다. 1962년 암에 걸린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설득한 것은 바로 저 무한대의 네트워크 때문이다. 그물. 두 개의 코가 엉키면 전체가 뒤죽박죽되고 단 한 개의 코만 풀려도 전체가 흐트러지는 그물. 냉소적 이기주의에 길들여져서 그물의 존재를 외면하거나 무지의 관념으로 대하는 나를 두고 책 속에서 이런 말로 경고한다. [황금새장에 갇힌 새].
스스로 소비자로 전락한 인류에게 황금새장은 대단히 유혹적인 마수다. 그러다 보니 지구를 망쳤다. 살만해지니까 어떤 사람들의 뇌에 톡톡 부리로 머릴 쪼아대며 생각하는 인간을 요구하는 진짜 새가 날아들었다. 그게, 황금새장의 문을 열라는 계시다. 황금새장을 만들기 위해 거행된 노동력 착취와 자본의 횡포와 자원의 약탈로 인간은 행복한가? 이 물음은 마음의 뼈가 아픈 질문이다. 아프다고 누워 있을 수 없으므로 처방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굿모닝 뷰티풀 비즈니스를 하는 필라델피아의 ‘화이트 독 카페’는 소규모 자본가가 어떻게 빈민가와 지역주민과 환경현장과 이윤을 동시에 포옹할 수 있는지 표본이 된다. 벌목회사 콜린스 파워는 삼림의 재생 한도 내에서 벌채를 한다. 즉 무리한 체중으로 자연을 짓밟지 않고 있다. 기업이 생산현장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애초에 폐기물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중에서 수입 완제품까지 환경 검증제도를 마련한 독일의 ‘바렌 테스트’. 완전함을 추구하는 철저한 정신에 감탄을 했다. 독일의 까다롭고 빈틈없는 환경정책은 ‘바람의 길’을 도시 중심으로 불러들여 쾌적한 도시를 조성한 슈투트가르트에서 이미 경탄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녹색 독일을 다시 만났다. 히틀러의 녹색자본주의를 비난하는 다른 논리들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도시정책은 분명 절망의 서울과 다르다. 독일의 환경인증제도는 기업을 인식하는 수준부터 한국과 판이하다. ‘기업/거인, 공룡’으로 개인과 분류하는 사고의 영역으로 보건대 기업을 개인으로 간주하고, 환경인증을 실행하는 프랑크푸르트는 다른 별 같다. 기업에게 책임보험법을 제정한 독일. 환경문제를 앓는 기업이라면 절대 프랑크푸르트의 경계 안으로 한 발짝도 디딜 수 없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환경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한다. 즉, 시민들의 생존안전을 읽고 있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시민들에게 먼저 묻고, 정책 결정자나 책임자가 거기에 맞춰 성공을 한 경우는 농촌의 자활능력을 키우는 인도의 코슬라와 지역주민들의 환경+경제=생존의 방정식이 성취를 이룬 멕시코의 초호는 대기업 자본에 맞선 좋은 예다. 한국의 경제 올인에 들떠 있는 지역이기주의와 대입해서 보면 추가협상으로 들어간 한미 FTA의 환경 분야의 '일반분쟁'은 시한부 폭탄이다. 위험할 뿐만 아니라 몇 푼의 지폐를 위해 지역전체의 특산품 생산 업체조차 붕괴될 조짐이다. 지역의 기업이 땅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은 그 지역의 노동과 경제의 사망으로 진전될 수 있고 비약해서 보면 개개인의 삶의 피폐함이 곤두박질의 늪으로 빠지는 수도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아, 왜 진즉에 이런 문제에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 하는 한심한 질문이 터진다. 알다시피 그동안 경제그래프를 수직 상승시키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였다. 그러니 발등에 불 떨어진 지금와서 갑자기 기업에게 ISO14001제도를 강력 시행하겠다는 발표를 한다고 상황이 급변할리 없다. 환경관련업체에 특혜를 안겨주는 대출을 우선한다는 독일의 트리오도스 은행이나 시카고의 쇼어뱅크 퍼시픽 은행의 탄생을 발표한다면? 당장 급한 불 끈다고 기업은 담당회계사를 통해 편법을 통하여 은행 뒷문으로 검은 돈을 왕창 실어 나르기 바쁠 것이다. 이래서 잔머리를 때리는 보완책과 처벌이 필요하다.
꿀벌은 아무리 급해도 꽃잎을 뜯어먹거나 망가뜨리지 않는다. 땅속을 가르며 뿌리식물을 못살게 구는 두더지도 밭 전체를 헤쳐 놓지는 않는다. 유독 인간만이 다른 種을 상품가치, 화폐가치로서의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개체종말이 시작된 것이다. 암묵적 자세로 이것을 방관하거나 인간의 자연보호는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고백만이 전부는 아니다. 고해성사를 했다면 그 후 사는 동안 뭘 해야 한다. 뭘 해야 할까. 정부정책, 환경단체, 생산과 소비의 이원적 위치에 있는 시민, 그리고 훈수 두기를 즐기는 그 많은 환경, 생태, 학자들과 고집 센 논쟁가들. 슈퍼 울트라 자본국가의 습격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비관적 환경론자에서 일말의 희망적 환경론자가 된다면 이 책의 은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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