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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5-03-07 13:43 | Hit :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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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시스템 공동 설계를 위해 바쁜 주라서
여러가지 미팅 결과 정리하는 것 땜에 잠도 제대로 못잤습니다.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싶은데 그 조차 틈이 나지 않는군요.
다음 주가 지나면 좀 시간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3월 8일이 여성의 날입니다. 저도 잘 몰랐는데 국제 여성의 날이라고
하더군요. 여기서는 아주 중요한 날입니다. 공휴일이구요 이번에는
화요일이라서 월요일이 샌드위치 데이라면서 토요일 오전 근무로
월요일 근무를 대체한다는 군요. 그래서 저희도 '로마의 법'을 따르느라
덕분에 일, 월, 화 삼일을 연이어 쉬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 포함해서 8시간 근무입니다.
그리고 금요일처럼 내일이 쉬는 날이면 한 3시쯤 되면 파장 분위기이고
4시면 퇴근합니다. 일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고
어떻게 미르 같은 우주정거장도 만들고 했는 지 의아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이번 주는 확실한 모스크바 겨울날씨를 느꼈습니다. 엄청 춥더군요.
눈은 계속 흩날리고 바깥 기온은 계속 영하 10도 이하고 지내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이게 모스크바의 겨울이라고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난방 시설도 잘 되어있고 해서 그렇지 옛날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같은 넘들은 뭐할라고 이런 데를 정복하려고
애썼는 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주말에는 일이 많아서 호텔에서 문서 작성 작업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내는 호텔 창문으로, 2km 정도 떨어진 거리로 모스크바
종합대학이 보입니다. 모스크바 종합대학은 스탈린 시대 때 건립되었다는
데 주변의 건물 들에 비해서 웅장하고 높습니다. 건물은 고딕식인데 지붕은
마치 러시아 정교회 성당들 처럼 돔이 씌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본관 건물에는
지붕위에 높은 탑이 있는데 건물과 함께 계산하면 총 높이가 200m가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모스크바 대학이 있는 곳은 참새언덕이라고 불리는 곳
근처에 있는데 모스크바 내에서 지대가 제일 높은 곳입니다.
거의 모스크바 대학이 모스크바 시내 전체를 내려다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밤에는 건물 주위로 불을 비춰서 멀리서 보면 마치 등대나 큰 성처럼 보입니다.
이번 화요일 쯤에는 오후에 햇빛이 나면 산책 삼아 걸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예전에는 소련에 종합대학이 하나 밖에 없었다더군요. 대부분이 전문단과대학이고 모스크바 종합대학이 소련내에 유일한 종합대학이었답니다. 현재에도 모스크바에는 유일한 종합대학입니다. 공대는 없습니다. 각 전문 단과 대학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모스크바 내에는 동일한 학과별로 많아야 두세 개의 단과대가 있을 뿐입니다. 수학과가 서울 소재 모든 대학에 하나씩 있는 이런 식은 아니라는 거죠. 세부전공을 선택했을 때, 모스크바 내에서 그 전공을 가르치는 대학은 한 두 군데 뿐인 셈입니다.
대신에 각 단과 대학의 규모가 꽤 되는 편입니다.
모스크바 종합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2주간의 구술시험을 치른다는 군요.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과의 교수들이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친답니다.
일종의 본고사 구술시험인거죠. 학생들이 녹초가 된답니다.
요새는 대부분 부자집 애들이 입학한다고 하구요, 그래도 전체의 30%는
학비 면제를 받는다고 하는 군요. 학교 건물 내로 들어가 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상이나 이념이 사라지고 이제는 완전히 자본주의에 포섭되어 가고 있는 한국의 대학을 생각하면서, 러시아 최고의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무엇을 꿈꾸고 어떤 전망을 갖고 있을 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처럼 고시 같은 걸 쳐서 고위 관료가 되려고 하는 걸까, 아니면 다들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 걸까, 잘나가는 외국계 회사나 대기업에 취업해서 돈 많이 버는 걸 목표로 삼고 있는 걸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러시아어라도 좀 하면 직접 붙잡고 물어볼 텐데 말이죠.
멀리서 모스크바 대학을 보면서 한 가지는 확신을 했습니다.
소련, 아니 러시아는 인텔리겐챠의 나라이긴 하구나라고 말입니다.
러시아가 반봉건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굴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민들이 고통받고 있을 때, 그 어느 사회적 집단도 그 틀을 깨지 못할때
러시아의 인텔리겐챠들은 혁명을 통해서 과감하게 그 틀을 철저하게 깨부수었고 더 멀리 전 세계의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며 러시아 인민을 대상으로
무자비할 정도로 가혹한 시험을 했던 나라, 그리고 국가사회주의가 확보되었을
때 승리의 상징처럼 건립한 것이 아마 모스크바 대학이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지금 그 인텔리겐챠의 후예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점점 더 자본주의화 되어가고 있는 모스크바, 혁명의 전망이 사라져버린
과거 사회주의의 수도는, 무분별하게 지어지는 팬트하우스와 상점들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1980년대를 통과해가는 서울처럼 말입니다.
10년 후면 사회주의 시절의 모스크바의 색깔은 완전히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과거를 느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시기에 제가
이 도시를 방문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이 나라의 미래는 그들 인텔리겐챠에게
달려 있음이 분명합니다. 자기 잇속만 챙기는 천박한 아글리가키들과 지배층이
이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건 명백합니다. 정말 그 때처럼 그리고
지금도 모스크바 밤의 등대처럼 환한 모스크바 종합대학처럼 이 나라의
인텔리겐챠들이 뭔가 의미있는 빛나는 실천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는 한국, 노동운동과 변혁운동의 보다 '혁명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남의 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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